인스타그램에 이미 카드뉴스로 정리해서 올리긴 했지만, 카드뉴스에 맞추기 위해 일부 수정, 생략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원문을 블로그에 올립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정재원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1️⃣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비밀의사중주’라는 이름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저에게는 3살 위의 형이 있어요. 어릴 때 자라면서 형제자매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
형이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고 제가 초등학생 때(사실 국민학생ㅎㅎ) 형이랑 배철수의 음악캠프, 김기덕 2시의 데이트등
팝음악 라디오를 많이 들었고 특히 락과 메탈음악에 깊게 빠져들었죠.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6년간 배워서
음악에 대한 본능적인 이해는 약간 있었던 것 같고, 고등학생 때 교내 밴드에서 드럼을 치면서 더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네요.
대학은 평범하게 성적 맞춰서 진학했는데 1달 다녀보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때부터 음악하겠다고 똥폼 잡고 다녔던 것 같네요.
지금과 다르게 그때는 음악하는 사람은 딴따라라고 불리던 시절이라 집에서 반대했고 대신 대학은 졸업하는걸로 협상했던 것 같네요. 그래서 학교 졸업하는데 10년은 걸린 것 같아요.
'비밀의사중주'는 군대에 있을 때 남는 시간에 내무반에 있는 기타를 튕기곤 했는데 그때마다 뭔가 그럴싸해보이는 이름을 짓고 싶었나 봐요
비밀의 화원이라는 작품이 떠올랐고 quartet이라는 단어가 멋있어 보였나 봐요. 그래서 'secret quartet' 비밀의사중주라고 지었던 것 같네요.
음악하면서 제일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우습게도 팀이름이나 예명 짓는 거랍니다...ㅎㅎ
2️⃣ 밀림닷컴 시절 활동과 <오늘을보내>를 만들 당시의 기억이 있으신가요?
밀림닷컴 시절 활동이라고 하기에는 사실 음원 몇개 올렸던게 다라서 큰 기억은 없어요. 근데 유튭에 보니까 꽤 많이 올렸더라구요...ㅎㅎ
그때나 지금이나 소처럼 부지런했던건 똑같은 것 같네요.
어찌보면 작곡가 호소인으로 살면서 팔리지 않던 음악을 어딘가에 들려줄 수 있는 창구가 생겨서 설레는 마음으로 올렸던 것 같네요.
근데 밀림닷컴이라는 이름은 강렬히 머릿속에 남아있어요. 나름 제겐 임팩트 있는 커뮤니티였던 것 같네요.
그리고 '오늘은 보내'라는 곡을 특히 좀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은데. 그 노래는 지금 들어보니 악기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전환되던 시기의 음악적 특징이 좀 있더라구요. 당시에 사운드모듈이라고 불리는 신디사이저 같은 외장 하드웨어 악기들이 VSTi라는 버츄얼스튜디오 악기로
컴퓨터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던 시기였어요. 그게 그냥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서 막 만들어봤던 것 같은데, 그래서 사운드모듈 소스와 VSTi 소스가 혼용되어서
쓰인 것 같네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이유는 당시에는 촌스러웠을 사운드가 지금 들으니 향수로 느껴지는 것과 또 20대 청년의 열정과 풋풋한 마음이 좀 전달되어서가 아닐까싶네요.
저는 작년에 결혼했고 제 와이프도 이번 로스트미디어 사건?에 대해서 알게 되었는데, 당시 여자친구를 위해서 썼다는 곡설명이 남아있어서 상당히 혼나고 있는 중입니다.
20년전의 일인데 말이죠?ㅎㅎ
3️⃣ modern.mp3(오늘을보내)가 20년 만에 재발견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셨나요?
처음엔 노래 제목을 전혀 기억 못하고 있는 상태라서 무슨 새로운 피싱인가? 싶었고 점점 기억이 떠오르면서 얼굴이 빨개질만큼 부끄러움이 제일 처음 느낀 감정이었어요.
서칭을 좀 하다보니 유튭 링크에서 노래를 들을 수 있었고 혼자 계속 '아 왜이래', '노래는 대체 왜 이렇게 부르는거야', '편곡은 또 왜 이래' 하면서 방언 터트리면서 들었네요.
그리고 "저 아닌데요 할까', 아니면 그냥 무시할까도 생각했는데.. 그냥 그시절의 저를 사랑해 주기로 했습니다, 되게 간절한 마음으로 음악을 하던 제가 떠올랐거든요.
그때의 저라면 지금의 이런 관심이 너무 필요했을테니까요.
4️⃣ 비밀의사중주 시절 만든 다른 곡들이 남아있나요? 혹시 공개나 재발매 계획이 있으신가요?
비밀의사중주 시절을 먼저 정의내려야할 것 같은데, 2008년에 '바닐라맨'이란 예명으로 '바닐라어쿠스틱' 데뷔를 했으니 그전까지는 비밀의사중주로 봐야겠죠?
아이러니하게도 밀림닷컴에 올라온 (2003-2004년)곡들만 없어요. 오늘 새벽에 예전 디스크들 좀 뒤져봤는데 찾던건 없었는데.. 나름 Gold mine이었네요.
제가 '바닐라맨 그리고 비밀의사중주'라는 유튭 채널을 하나 오픈할 생각이구요. 발매되지 못하고 잠들어 있는 곡들이 정말 많은데 유튭에 조금씩 공개하는걸 생각중입니다.
그 시기의 곡들은 제가 가창한 것 보다는 작곡가 모드로 변신한 상태라서 가이드 보컬들이 불러놓은 곡들이 좀 많고 그래서 유튭에 공개해 놓고 어울리는 주인을 찾아보는
컨텐츠를 만들어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일반적인 메인마켓 음원시장이 아닌 뭔가 플리마켓 같은 느낌으로 하나의 놀이처럼 만들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5️⃣ 오늘을보내의 리마스터 혹은 정식 음원화(리메이크) 계획이 있으신가요?
안하면 혼날 것 같아서 할꺼구요. 근데 저도 오리지널 파일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유튭에 올라온 음원을 활용해서 최대한 오리지널리티를 살려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버전으로 편곡해서 해볼건데.. 여자버전은 밴드 버전으로 J-Rock 느낌나게 편곡해서 진행해보면 어울리겠다 싶긴 해요,
이 모든건 시간이 허락을 해야겠네요.ㅎㅎ
6️⃣ 볼빨간사춘기의 성공 이후에도 계속해서 음악 활동을 이어오셨는데, 현재 작업 중인 곡이나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사실 비밀의사중주에서 바닐라맨이 되었고 지금은 VMX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중입니다, VMX는 Vailla Man neXt 스텝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VMX Align이라는 레이블을 만들어서 후배 뮤지션들을 발굴하고 성장시켜주는 일을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이번 로스트미디어 사건도 꽤나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지만 제 삶은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펙타클 그 자체로 흘러가고 있답니다.
그럴만큼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제 머릿속에 남은 생각은 딱 하나입니다. 다시 한번 나를 증명하고 싶다.
앞으로 지켜봐 주시면 이 사람이 이런 것도 하네라는 생각이들만한 것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변수는 시간과 건강이네요.
예전만큼 제 의지를 체력이 따라오지를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7️⃣ 마지막으로, 이 곡을 발굴하고 사랑해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네요.
사실 작곡가로서 꽤나 성공한 편에 속하고 음악으로 밥벌어 먹고 살 수만 있어도 행복하겠다 말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저는 복받은 편이죠. 하지만 그 시절의 저는 그러지 못했기에 간절한 마음으로 만들었던 음악을 조금이라도 알아봐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의 음악 인생은 30대 중반부터 꽃피웠지만 20대의 너도 잘했다고 말해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리고 '바닐라맨'으로 활동하면서 처음으로 솔로 싱글을 냈는데 그게 또 로스트미디어 사건 이틀정도 후인 3월 9일인게
신기하기도 하네요. VMX(바닐라맨)의 신곡도 많이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 4월 6일이 결혼기념일 1주년인데 작년 가을에 지금의 와이프를 위해서 쓴 곡이 있습니다.
이번에 '오늘을 보내'를 듣다보니 묘하게 그 곡과 오버랩 드는 느낌이 있어서 4월 6일에 유튭에 먼저 공개할까 생각중이기도 합니다.
제목은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으로 20대 초반인 비밀의사중주 정재원에게 관심가져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저의 행보에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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