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말, 우리가 찾는 것
로스트미디어로 카테고리를 분류했지만, 이 방법은 로스트웨이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임시정부의 국새와 문헌들처럼 역사적인 로스트미디어도 존재한다. 하지만 로스트미디어 계에서 주로 다루는 것은 적어도 1980년대 이후의 것들이며, 대부분은 그중에서도 인터넷과 디지털 시대가 개막한 1990년대의 것들이다. 때문에 여기서는 인터넷과 디지털을 통한 방법을 위주로 소개할 것이다. 그 이전, 역사적인 것들은 전문가인 역사학자들에게 맡겨야 하지 않겠나.
방법 1. 검색
로스트미디어 발굴의 기본은 검색이다. 그러나 단순한 검색만으로는 힘들다. 단순 검색으로 찾을 수 있다면 로스트미디어가 왜 생기겠는가? 따라서 로스트미디어 발굴에서는 더 세부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는 구체적인 키워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찾고 있는 로스트미디어의 작품명, 제작진, 방송국, 출연진, 장르 등 하나라도 알고 있는 정보가 있다면 그 정보를 조합해서 검색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다른 언어로도 검색해 보는 것이다. 우리가 찾는 것이 해외 작품이라면, 한국어보다는 당연히 그 나라의 언어로 검색하는 것이 발굴에 더 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는 검색 연산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큰따옴표(" ")를 사용하면, 정확한 문구를 검색할 수 있고, site:naver.com 같은 명령어를 사용하면 특정 사이트 내의 검색 결과만을 보여준다.
방법 2. 웹 아카이브 및 데이터베이스 탐색
이제 검색어를 통해 우리는 아카이브를 탐색할 수 있다. 비영리기관인 인터넷 아카이브(Internet Archive)는 수백만권에 달하는 도서, 영화,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 등을 보관하고 있다. 그리고 이걸 온라인상에서 전부 볼 수 있다. 이들은 이것뿐만이 아니라 크롤링 기술을 통해서 웹페이지의 날짜, 시간별 모습을 기록하는 웨이백머신(Wayback Machine) 또한 운영 중이다.
아까 말했던 검색 명령어를 기억하는가? 이제 우리는 아카이브에 보존된 웹 페이지를 검색하기 위해서 site:archive.org 명령어를 사용하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이 방법은 완벽하지 않다. 첫째로는 인터넷에 올라온 적이 없던 로스트미디어라면 관련 정보를 찾기 무척이나 힘들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robots.txt를 통해 크롤링을 막아버린 사이트는 아카이브에 보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곳을 사용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미국 국립기록관리청(NARA)이다. 작년 광복절, 한국어육성해방포고문이 발굴될 수 있던 것도 한 누리꾼이 NARA에서 검색한 덕분이었다. NARA가 끝이 아니다. 영화에 관련된 정보라면 IMDb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에 검색할 수 있다. 한국의 근현대 행정기록을 검색할 수 있는 국가기록포털도 있다. 이처럼 부문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검색하는 것도 로스트미디어 발굴에 큰 도움이 된다.
방법 3. 실물 미디어 거래 및 열람
그 다음 방법은 실물 미디어를 거래하거나 직접 보는 것이다. 제아무리 인터넷 시대라지만,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만 접근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VHS라던지, CD라던지, LP라던지. 이 경우에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VHS, CD, LP 등을 유심히 지켜보고 로스트미디어에 해당하는 것들을 구매하면 된다.
특히 로스트웨이브의 경우 이렇게 발굴된 사례가 많다. 한국의 로스트웨이브 전문 유튜버인 Jeannie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로스트미디어 갤러리에서 같이 활동하면서, 많은 로스트웨이브를 발굴해 냈다. 그가 로스트웨이브를 발굴해 낸 방법은 실물 CD, 테이프, LP 등을 구입한 것이었다.
이외에도 도서의 경우에는 국회도서관 등에서 자료 열람 신청을 하는 방법이 있고, <철인 삼국지>처럼 소유자와 직접 접촉하는 방법도 있다. 아쉽게도 <철인 삼국지>는 소유자 본인이 공개를 거부해서 인터뷰만 남았지만 말이다.
방법 4. 관련자와 직접 인터뷰, 연락
관련자, 특히 제작자와 직접 인터뷰를 하거나 연락을 취하는 방법이 있다. 보통은 로스트미디어를 찾아낸 후, 그것을 공인받기 위해 제작자 본인에게 연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응답하라 1997>의 넷플릭스 버전에 삽입된 <사랑 그 잔인한 것>은 작곡자가 특정되었고, 연락을 한 결과 실제로 본인이 등판해서 본인 노래가 맞다고 인정한 전적이 있다. 이런 경우 외에도 로스트미디어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방송국, 회사 등에 직접 연락해서 확인하는 경우고 있다.
방법 5. AI, 소프트웨어 활용
AI 시대가 열렸다. 당연히 우리는 이들을 활용할 수 있다. 이미 로스트미디어 갤러리에서는 종종 챗지피티를 활용해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던 영화를 찾았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또한 Shazam 같은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기억하고 있는 노래의 일부분만 가지고도 노래를 찾아낼 수 있다.
맺는말, 사이버 고고학자가 되는 법
축하한다. 저 위의 방법들을 전부 활용할 수 있다면, 당신은 사이버 고고학자로서 한걸음 내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로스트미디어 발굴은 단순히 잊혔던 추억을 되살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 만화, 책, 심지어는 인터넷 밈까지. 이는 모두 그 시대 사회를 반영하는 귀중한 기록이 된다. 로스트미디어를 발굴한다는 것은 하나의 문화적 보존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혹시 당신의 기억에도 지금은 찾을 수 없는 미디어가 존재하는가? 남들이 보기에는 중요하지 않아 보이더라도, 그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해 로스트미디어를 발굴한다면 매우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혹시 누가 아는가? 영국의 밴드 판치코(Panchiko)처럼 월드 투어를 다니는 가수가 내 작은 호기심 때문에 생기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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